20250131 | 토론토 중앙일보 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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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월 5일, 교회에서 점심으로 만두국을 나눈 뒤 우리는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그 자리는 교회 교우들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 학생들의 부모들도 함께한 자리였다. 서로 돌아가며 새해의 바람과 계획을 나누었다.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거나,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결심, 아이들을 지치지 않고 잘 키우고 싶다는 바람 등 각자의 진솔한 다짐들이 이어졌다. 그 진지한 다짐들 속에서 한 엄마가 "나는 올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그 말은 단순히 한 개인의 결심을 넘어, 자신을 넘어선 이웃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짐을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그 엄마의 말이 왜 내 마음에 그렇게 깊이 와닿았을까? 아마도 그날 예배에서 전한 설교가 ‘너는 복이 될지라’(You will be a blessing, 창 12:2)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직 기독교 신앙이 없고, 그날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의 말은 마치 설교를 들은 사람처럼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설교 중 나눴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행복론이 떠올랐다. 에머슨은 행복과 성공에 대해 "내가 여기에 있음으로 해서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나로 인해 한 가지라도 좋아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이 에머슨의 생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시며 "너는 복이 될지라!"라고 말씀하셨다(창 12:2). 우리가 받은 복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존재와 행동이 이웃에게 복이 되고,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때, 그 복은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교회 교우들에게는 ‘복이 되는 결심’을 하자고 권한다. 하지만 단순히 결심에 머무르지 말고, 그것을 사명으로 삼으라고 강조한다. 결심은 나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황이나 마음에 따라 변하기 쉽다. 반면, 사명은 하나님의 의지에 근거하기에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책임이자 부르심이다.
복은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복이 되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복을 받으려면 복을 지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버드대학교의 행복 연구는 남을 돕는 행동이 단순히 상대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돕는 사람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돕는 작은 행동과 말이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성경은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라디아서 6:2)고 가르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이나 만족을 넘어, 타인과 함께 짐을 나누며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신앙의 본질적인 사명임을 일깨워준다.
약 한 달이 지나 음력 설이 다가왔다. 대부분의 새해 계획은 나 자신의 삶과 목표, 성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해에 서로에게 빌었던 복은 건강, 행복, 성공, 평안 같은 좋은 일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외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우리를 위협하며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순히 개인의 성취와 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나와 이웃, 그리고 공동체를 아우르는 더 큰 목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복은 우리 자신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음력 설에는 나의 계획 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담아 ‘복이 되는 결심’을 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