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4 | 토론토 중앙일보 종교칼럼 --- 그리스도인 네 사람이 모여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번역본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사람은 말했습니다. “글이 깔끔하고 단정한 개역개정판성경이 좋아요.” 또 한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저는 쉽지만 가볍지 않은 표준새번역성경이 좋아요.” 세 번째 사람은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저는 그냥 쉽게 읽히는 쉬운성경이 좋던데요.” 네 번째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옆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성경을 제일좋아하세요?” 그는 잠시 웃다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우리 엄마가 번역한 성경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습니다. “어머님이 성경 번역가세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엄마는 성경 말씀을 자기 삶으로 번역하셨어요. 그 말씀을 일상 속에서 살아내셨죠. 그래서 제가 본 어떤 성경보다 엄마가 번역한 성경이 가장 믿을 만합니다.” 그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엄마성경’. 참 따뜻한 번역본이었습니다. 사실 엄마의 번역만 그런 건 아닙니다. 아빠의 번역도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지요. “자녀는 하나님을 통해 부모를 보는 게 아니라, 부모를 통해 하나님을 본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모, 그들의 삶이 곧 아이의 믿음이 됩니다. 그들의 기도는 말보다 깊고, 그들의 눈물은 설교보다 더 오래 남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한 엄마가 들려준 고백이 생각납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쌔미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어요. 남편이 일하다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날 이후 여섯 번의 수술과 긴 재활이 이어졌습니다. 고통은 끝이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깨달았어요.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남편이 쌔미를 품에 안으면, 다시 일어서는 힘이 생긴다는 걸요. 쌔미는 남편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이자 진통제였어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아이를 주시면서 남편의 건강을 빼앗으신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런 시간을 미리 아시고 우리가 견뎌낼 수 있도록 쌔미라는 축복을 보내주신 거예요. 쌔미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웃음도, 행복도 잃었을 거예요. 쌔미는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에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입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안 된 새 신자였습니다. 그 고백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성경의 한 구절을 자신의 삶으로 번역하고 있었구나.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압니다.”(로마서 8장 28절, 표준새번역) 그녀는 이 말씀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실패, 고통과 상실이 우리의 길을 막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은 쉽게 주저앉고, 세상이 부서진 듯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 안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됩니다.